‘아직도 안봤어? 4학년이면 1년이나 늦었네, 얼른 신청해서 문제집사고 준비시켜서 점수 잘 나오게 해야해. 안그러면 영영 기회 놓칠수도 있어.’ 얼바인에 오자마자 OLSAT 시험을 앞두고 신청하는 기간에 주위의 엄마들이 나를 다그치며 준 충고다.
교육열하면 한국에서 제일인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학교를 다니다 온 우리 아이들, 물론 얼바인도 미국의 강남이란 말은 들었지만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상관없이 내 고집대로만 무조건 밀고나가 ‘성적만 좋은’ 아이로 만들고 싶진 않아 좀 더 넓은 물에 가서 맘껏 헤엄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보라고 하고 싶어 왔는데, 결국 같은 고민을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래서 물었다. 얼바인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영재교육프로그램’에 대하여 같은 학교의 미국 엄마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학교의 교포엄마들은 어떤지, 나와 같이 한국에서 동반 유학을 온 엄마들은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답은 없다. 모두들 엄마, 본인의 방식이 맞다고만 주장한다. 어떤 엄마는 아이의 성적이 자신의 인생의 목표인양 타이거맘이 되어 모든 생활을 아이들에게 맞추는가 하면, 어떤 엄마는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아이만을 위해 희생할 수는 없다면서 공부는 학교 생활 위주로 시키고 아이가 건강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랄 수 있도록 한다.
얼마전 쥔장 Sherry의 일터인 tw영어센터에서 ‘GATE와 APPAS 제대로 알기’라는 주제로 무료 세미나를 열었었다. 얼바인 교육청과 얼바인 공립학교에서 근무했던 전직 선생님 Joseph Baran이 강연을 맡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얼바인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모두 GATE나 APPAS 프로그램에 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GATE와 APPAS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초등학교 3학년생들을 맡은 담임 선생님들은 교육청에서 일정시간의 연수를 통해 교육을 받기때문에 오랫동안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그도 초등학교 3학년을 담임하기 전에는 제대로된 정보를 알수 없었다는 말이 흥미로웠다.
얼바인 통합교육구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인 GATE는 Gifted and Talented Education의 약자로 얼바인 학교에서 영재들만을 모아놓은 그룹이다. GATE 학생이 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 중의 하나에 해당되어야 한다. 첫째는 3학년 이상 CST(일명 STAR 테스트)에서 영어와 수학과목에 모두 460점 이상을 획득할 것, 둘째, OLSAT 지능검사에서 상위 95% 이상일 것, 셋째는 정식허가받은 교육심리학자에 의해 치러진 IQ 테스트에서 인정받을 것 등이다. GATE 학생으로 한번 인정받으면 영원히 GATE 학생으로 공인인증된다.
APAAS는 Alternative Program for Academically Accelerated Students의 약자로 우수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다. 얼바인에 있는 6개 초등학교 (Brywood, Deerfield, Eastshore, Santiago Hills, Turtle Rock, Westpark)에만 이 프로그램이 있다. 자녀가 APAAS 학생이 되면 현재 다니던 학교에서 앞에 말한 6개의 초등학교 중 한군데로 전학을 가야 한다. APAAS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반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APAAS 학생이 되려면 3학년 이상 2학기 모든 과목의 성적이 B이상 되어야하고, CST 시험에서 영어와 수학과목 모두 Proficient 또는 Advanced의 범주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야 하며, 늘 학구열과 자발적 동기부여가 강한 학생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의 담임선생님의 추천서가 큰 작용을 한다. 매년 12월경 3~5학년 학생이면 APAAS 프로그램에 관한 안내문을 받게되고 2월초에는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2월 중순경 APAAS 지원서를 교육구 사무실에 제출해야 한다. 3월말이나 4월초에는 실제로 APAAS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학교를 방문하여 참관할 수 있고 신청서에 기입한 CST성적, 학교성적, OLSAT 테스트 결과 등이 고려되어 최종통보는 5월쯤 가게 된다.
1979년에 시작된 GATE와 1980년 시작된 APAAS 모두 원래의 취지를 고려해볼 때 그 목적과 필요성을 잘 알고 내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인지 판단한 후, 지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GATE는 준비자세와 대처능력이 충분한 아이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학업의 깊이와 복잡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아이들을 위해 지정된 GATE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반이고, APAAS는 늘 다른 동급생들보다 주어진 학업을 먼저 끝내고 기다리거나 더 많은 또는 다양한 과제를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반이다. 만약 두 반에 적합한 자질을 모두 갖춘 아이라면 두 반 모두에 배정될 자격이 있다. 그 옛날에도 영재반이 있었다면, 아인슈타인은 GATE반에, 에디슨은 GATE와 APAAS반 모두에, 헬렌켈러는 APAAS반에서 공부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나의 아이가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성향이 강하고 성과도 뛰어나다면 위의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의 말만 믿고 아이에게 부담스러운 목표를 설정하여 어린 나이부터 맹훈련에 가까운 학업에만 열중시키는 것은 미국처럼 좋은 대학을 진학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바람직한 부모 역할은 아닐것이다.
얼마전 흥미로운 통계자료를 읽은 적이 있다. 캘리아포니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University High School의 지난 5년간 수석 졸업자들 중에 아무도 GATE 또는 APAAS 를 했던 학생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혜택이 있다거나 본인이 원하는 대학을 입학하는데 가산점이 되는 등 뭔가 남다른 대우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GATE 와 APAAS 에 관한 막연한 기대는 접어야한다. 그보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캘리포니아의 얼바인은 공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으로 학교 교과목에 대한 학습 뿐 아니라, 스포츠, 음악, 미술에 노출되어 내 아이의 참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할 기회가 너무도 풍부하니 말이다. 한국에서 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좋은 대학이 자녀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줄 수는 있지만, 행복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얼바인에 대해 궁금하세요? 언제든지 문의주시면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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